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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물질 속의 결함

by *1*s 2020. 8. 19.

유전물질 속의 결함


우리가 마음대로 항성간의 공간여행을 할 수 있어서 다른 은하들에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지역을 찾아내고 외계의 행성들을 소유하면서 그곳의 붉은 여왕들과 치고받고 싸우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전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여왕도 대단한 곤경에 처하고 말리라. 왜냐하면, 그간 틈틈이 알아차렸겠지만 우리도 역시 붉은 여왕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원생대 시기의 경주는 오직 종들이 가능한 한 가장 폭넓은 유전적 다양성을 발전시킬 때에만 견뎌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의미도 밝혀지게 된다. 흔히 인정되는 바처럼 땀을 흘리는 일이고 가끔 실망스럽기도 하며 또 때로는 짐승같이 야비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비싼 저녁식사에 투자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전자를 섞기 위한 처리방식으로는 아주 탁월하도록 적합한 것이다. 



유전물질 속의 결함은 세포분열 시에도 그렇지만 일 대 일로 계속 전달되 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혼합이 이루어지면서 골라내지게 된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면서 유전자의 분자 프로필은 변해간다. 이런 일이 더 빠르고 일 관되게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기생생물이나 병원체들에게는 개체나 혹은 개 체군 전체를 아예 없애버리는 일이 그만큼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모든 개체 들이 동일한 생태지위를 놓고 다투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구를 따르는 것이므로 목표로 삼는 것은 다양화이자 주변세계와 자원들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모두가 똑같은 외모를 지니지 는 않기 때문에 누군가의 파란 눈이 아름답다고 열광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갈색 눈은 지루하다고 여기는 일도 가능한 것이다. 물론 그 반대로 생각할 수 도 있지만 말이다.


오늘날 식물이 아닌 모든 생물의 99.9퍼센트가 관계를 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왜 여성들은 마치 자기 스스로 임신하는 진딧물처럼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일까 하는 진지한 의문도 가능하다. 4천만 년 전부터 관계 없이도 아 주 뛰어나게 살아온 윤충류처럼 여성들도 스스로 분열해갈 수 있지 않을 까一아무튼 그렇게 주장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편 아직 윤 충류가 미스터 유니버스를 차지하거나 혹은 야한 잡지 표지를 장식했 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도 인정하지만 관계는 많은 장점을 지니며, 그 것이 없다면 우리 존재는 대단히 황량할 것이다. 



단성생식과 무성생식은 양 자택일인데, 그런 생식을 거치는 삶에는 특별히 흥분되는 일도 없다. 거기서 부터 무슨 결론이 나올지는 뻔하다. 곧, 그런 생물은 붉은 여왕과 경주를 벌 이다 보면 언젠가는 유전자원을 다 써버 리게 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렇 기 때문에 진화는 두 가지의 성을 만들어냈던 것이고, 이들로 하여금 거듭해 서 새로이 유전자를 섞으며 서로 특성들을 전달해줌으로써 결국에는 새롭고 도 더 나은 것으로 결합되어 가도록 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도 굳이 후진 주차를 하지 않아도 되며 여성들도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진핵생물이 박테리아와 공생에 들어간 이후로 그들은 진취적인 종으로서 다세포생물이 역사의 권좌를 차지하도록 하기에 적합하다고 밝혀졌다. 그들 의 몸 안으로 들어간 박테 리아는 미토콘드리아로 바뀌었다. 이것은 말하자 면 화학공장으로서 오늘날까지도 동물이나 균류, 식물의 세포 안에서 작동 하면서 산소, 당분,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킨다.



당시의 대다수 단세포생물들은 놀랍도록 활동적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내부에 일종의 단백 질 골격과 같은 것을 구축했으며 수축을 통해서 제 힘으로 움직일 수가 있었다. 움직이기 위해 그들은 악틴이나 모이신이라는 단백질 을 썼는데, 이런 것들은 사람의 근육질에서도 비슷한 형 태로 보이는 것들이 다. 다른 단세포생물들은 편모를 가지고 있어서, 마치 아주 작은 프로펠러처 럼 이것을 돌릴 수가 있었다. 진화는 온갖 추진 장치들을 모두 시험해봄으로 써 이것이 바로 다세포생물들에게도 유용하게 쓰이도록 했다. 왜냐하면 그 들의 등장이 바로 임박해 있었으니까 말이다.


맨 처음의 다세포생물은 어떤 모습이 었을까? 뭐, 특별하게 관심을 끌 정도는 아니 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어 떤 모습이 든 길쭉했을 것이다. 진핵생물들의 군집체(Kolonie)로서 그들은 바다를 헤집 고 다녔으며 , 이것은 그들에게 여러 가지 유리한 점들을 가져다주었다. 한편 으로는 큰 덩치가 적수들의 포식을 막아주었다. 포식자들도 큰 덩어리를 먹 어서 자신의 미생물 위장을 망가뜨리려 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다른 한편 으로 다세포생물들은 대 략 상당수 이상의 편모들을 공동으로 제공했기 때문 에 동맹 관계가 더 빠르게 진척되어 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런 군집체로 부터 독립적이고 더 복잡한 생물체가 생겨 나왔고, 이들은 서로 수정시키면 서 제 몸 안에서 후세들을 키워 나갔다.



이 때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곧, 수정 된 난세포는 자유로운 단세 포들보다 훨씬 더 더디게 분열한다는 것이다一인간의 경우에 난세포의 분열 은 대략 16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딸세포들이 서로에게서 떨어 져 나뉜다는 점이다. 다세포생물의 위대한 비밀은 그들이 그저 뭉쳐 있는 미 생물들이 아니라 자라나오는 유기적 조직에 대한 작업을 나눠가진다는 점이다. 수정된 뒤의 배(Embryo. 庭)는 분열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미 여러 가지의 세포 유형들을 관할하고 다루게 되는데, 이들 유형은 사실 모두 핵 안에 동일한 유전암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DNS의 특정한 구역들 을 활성화시키거나 혹은 비활성으로 만듦으로써 그것을 다르게 사용한다.


다섯 달 된 사람의 태아는 200가지나 되는 서로 다른 세포 유형들을 장악하 게 되는데, 이것도 미리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는 것이다. 많은 세포들에 서 눈이 생겨나게 되고 또 다른 세포들에서는 손이 생겨나며, 다시 어느 것 들은 뼈를 관장하거나 혹은 혈구의 형성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 속된다. 똑같은 기본 요소들이 서로 다른 조직 유형들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다세포생물이 전문화된 세포 유형들을 가진다는 점이 왜 지구 위에서 생 명 이 자기 자신 때문에 질식당하지 않았던가 하는 이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 자란 유기체의 몸세포는 분열하는 능력을 잃어버 리게 되기 때문이다. 몸 세포들은 세련된 형태들을 키워낼 수 있고 복잡한 일거리도 다 해낼 수 있지만, 번식은 여전히 난세포의 일인 것이다. 



왜냐하면 오직 난세포만이 유전적 잠재력을 완전하게 처 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나 관계와 더불어 자연 적 죽음이라는 것도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다. 그 당시까지 세포들은一외적 인 영향으로 이들이 파괴당하는 것을 제외한다면一실제로 죽어 없어지지 않 는 존재였다. 하지만 몸세포들은 이제 늙어가다 죽게 되었고, 이로써 언젠가 는 유기체 전체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었다. 원시 의 바다 속에는 거의 불멸성이라고 해야 할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동안으로 제한된 생존기간이, 과잉 상태 때문에 지구라는 행성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진화 양이 마련해준 구원의 닻으로 되었다. 


우주에서 자리 하나를 차지하는 데 대한 대가, 숨을 쉬며 마음껏 먹고 또 관계와 어느 정도의 만족스런 생존을 누리는 대가가 바로 이 자리를 얼마 뒤면 비워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거북은 그럭저럭 200살이 되 는데, 하루살이는 나름의 그럴 만한 이유로 이런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이 두 동물들이 제 생존기간에 대해 언짢이 여긴다는 것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말일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은 단지 생각하는 기관을 부여받아 가지고 있는 호모 사피 엔스 사피 엔스뿐이다. 뭔가 투덜거 릴 것이 있지 않겠냐고 이 기관 에서 끊임없이 암시를 받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불멸성을 추구하려는 노력 이란 상당히 어리석은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생존을 위한 노동시간은 끔 찍할 정도로 증가할 것이고, 또 그런 다음에도 사람들은 영원토록 연금 생활 자로 지낼 것이다. 통계학자들이 산출한 바로는, 매일 일터로 가기 위해 30 분 동안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일생 동안 전부 여섯 달을 빨간 신호등에 막혀서 서 있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그나마 잘 지낸 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일 말고도 언젠가는 영화란 영화는 모조리 봐버 리게 되기도 할 것이고, 또 코 고는 배우자를 늦어도 천년 뒤쯤이면 살해하게 되 어서 감옥에 가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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